한국사회적경제신문 KSEN 김인효 기자 | 서울시의 대표적인 약자동행정책인 계층이동 사다리 ‘디딤돌소득’과 교육사다리 ‘서울런’의 지원을 받은 시민의 생생한 정책 수혜 소감을 공유하고 전문가 제언 등 시민 체감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자리가 마련됐다. 각 분야의 정책 분석해 발전전략을 찾고 교류가 가능한 부분을 찾아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서울시는 1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에서'약자와 동행하는 서울'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책실험 4년차를 맞은 ‘디딤돌소득’과 5년차를 맞은 ‘서울런’ 운영 성과를 공유하고 전국적으로 확산해 새로운 복지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디딤돌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 일정분을 채워주는 제도로,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정책이다. 소득과 재산 기준만으로 참여 가구를 선정하기 때문에 기존 복지제도 사각지대 저소득 가구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소득 기준을 초과해도 수급 자격이 유지돼 근로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설계됐다. 현재 서울시는 총 2,076가구에 디딤돌 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런’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6~24세의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서울런 플랫폼을 통한 양질의 온라인 강의와 1:1 멘토링 서비스 등을 무료로 지원하며,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약 3만 4,000명이 이용 중이다. 최근에는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가족돌봄청년과 아동복지시설의 아동·청소년에게도 개방하는 등 서울런의 문턱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디딤돌소득’과 ‘서울런’ 정책소개를 시작으로 전문가와 수혜자가 참여하는 주제별 토론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약자동행 대표 정책으로서의 역할과 지속가능한 추진을 위한 전략, 국가의제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후 시민들의 정책수혜 소감과 제안도 이어졌다. 디딤돌소득 수급시민들은 “디딤돌소득을 통해 불안정했던 삶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며 제도의 지속과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2년부터 3년간 지원을 받은 A씨는 자녀가 아파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취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주거급여와 생계급여보다 많은 디딤돌소득을 통해 소득이 늘어나면서 대출금도 갚고 자녀하숙비 등 목돈 필요한 상황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2023년부터 2년간 지원을 받는 B씨도 네 자녀 중 두 명이 장애를 가진 상황에서 디딤돌소득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고, 나아가 박사 진학이라는 새로운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디딤돌소득 시범사업 공동연구진인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디딤돌소득은 개인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특히 취약계층 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기때문에 사회적 안전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경제적 자립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복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류명석 서울시복지재단 연구평가본부장도 “디딤돌소득을 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계할 때 선순환 안전망 구축으로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며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른 사각지대 해소와 빈곤해지기 전 선제적 지원, 위기 발생에 대한 시의성 있는 지원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시대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관련 전문가들은 디딤돌소득이야말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갖춘 미래형 사회보장제도의 모델임을 강조하며 제도화와 확산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최하층 취약계층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하후상박형 구조의 디딤돌소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는 디딤돌소득이 기존 제도보다 보장수준을 높이고 근로유인 방안을 대폭 강화하는 등 현행 사회보장제도의 여러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또 중앙정부와 협력해 재원 조달방안, 사회서비스와의 연계 등 남은 과제들을 해결해 디딤돌소득이 소득보장제도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미래형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런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시민들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런으로 대학 입학 후 후배를 위한 멘토로 활동하면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시민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학부모 C씨는 자녀 4명을 양육 중인 다자녀 가구로, 2021년부터 자녀 들이 서울런을 꾸준히 이용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첫째 자녀는 초등학생때 잠시 학원을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서울런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을 이어왔으며, 이번 민관협력프로그램의 하나를 통해 미국 명문대 썸머캠프 참여 기회를 얻게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서울런 대학생 멘토로 활동 중인 D씨는 자신을 정책 선순환 모델 대표 케이스라고 소개했다. D씨는 과거 본인이 받은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현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런 성과를 2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교육 기회 확대, 사교육비 경감, 학습 역량 향상 등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성적 향상, 수업태도 개선 등 모든 항목에서 최고 수준의 체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사교육비 감소가구의 경우 가구당 34만 원 이상 절감되는 등 서울런이 취약계층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는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프로그램 및 대상 확대 등을 통해 서울시의 대표적인 약자동행정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두 개의 정책 공유를 통해 공동발전 전략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디딤돌소득 수혜가구와의 간담회에서 수혜시민이 자녀 중 2명이 서울런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고 밝히며 두 정책을 한꺼번에 지원받으며 서울시 복지정책을 체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논의된 ‘디딤돌소득’은 ’22년부터 실험 진행 후 중간평가 결과 기준중위소득이 85% 이상을 넘어 더이상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되는 탈(脫)수급 비율이 8.6%로 나타났다. 또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도 31.1%에 달했다. 그 외에도 교육훈련·저축 등 생산적 활동, 필수재 소비지출 증가, 정신건강 개선 등 분야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디딤돌소득’을 사회보장제도 한 축으로 안착시키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연구를 지난해 3월부터 돌입했고 1년여 만인 지난 3월'디딤돌소득 정합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디딤돌소득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험모델을 개발하고 ▴디딤돌소득-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축방안 ▴디딤돌소득 근로유인 제고방안 ▴복지재원의 점진적 확보방안 연구를 비롯해 지자체 맞춤형 실행모델 개발 등 심화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올해로 5년차를 맞은 ‘서울런’도 공정한 교육 기회를 통한 교육 사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다각도로 발전하는 교육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서울런을 수강한 응시자 1,154명 중 782명이 대학에 합격했으며, 이중 173명은 서울시내 11개 주요 대학과 의·약학, 교대·사관학교 등 특수목적 계열에 진학했다. 전년 대비 41.8% 늘어난 성과다.
특히 서울런은 타지자체로 꾸준히 확산되며 ‘서울런’이 아닌 ‘전국런’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충청북도와 평창군을 시작으로 올해 2월에는 김포시, 4월에는 인천광역시와도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전국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아동센터 등 취약아동시설과 다자녀가구 등에 대한 가입기준을 완화하고 진학은 물론 진로‧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AI기반 실무특화 콘텐츠 등도 새롭게 추진할 계획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빠른 경제성장 이면에 나타난 양극화 심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성장만이 아닌 ‘성숙’, 경제성장 수치나 순위보다는 ‘가치’가 중심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은 지속 가능하고 확산 가능 할 때 그 가치가 더 높아진다”며 “이미 효과가 입증된 디딤돌소득과 서울런의 전국화는 우리사회 양극화 해소에 결정적인 변혁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