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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억 자산 된 함평 황금박쥐상, 16년 전 ‘비전’이 만든 기적

“예산 낭비”라던 조형물, 이제는 260억 자산…누가 진짜 미래를 내다봤나

 

황금박쥐상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단순한 금 조형물에 불과하다는 조롱은 금값 상승과 함께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체한 건 함평의 새로운 ‘금맥’이라는 찬사다. 지금 다시 이 상징물의 기획자였던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선견지명이 조명되고 있다.
 

황금박쥐, 함평의 운명을 바꾸다

2008년, 함평군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생태관광'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차별화된 전략에 착수했다. 이석형 당시 군수는 지역의 유일한 천연자원인 ‘황금박쥐’에 주목했다. 고산봉 폐광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붉은박쥐의 집단서식지는 그 자체로 보존 가치가 있었지만,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키려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순금 162kg, 은 281kg으로 제작된 ‘황금박쥐상’이었다. 제작 비용은 약 28억 원. 당시에는 “지역 소도시 예산으로는 과도하다”는 비난도 있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박쥐보다 금덩이에 집착한 전시행정”이라는 언론의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석형 군수는 단호했다. “100년 뒤에도 남을 자산”이라며 직접 브리핑에 나섰고, 실제 함평나비축제 등과 연계한 관광 자산으로 발전시켰다.
 

2025년 현재, 예언은 실현되었다

2024년부터 황금박쥐상은 함평엑스포공원 내 ‘추억공작소’에서 일반에 상시 공개되며 지역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금 시세가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한 지금, 황금박쥐상의 자산 가치는 약 260억 원에 이른다. 2008년 제작 시점보다 거의 10배 가까이 뛰었다. 당초 ‘예산 낭비’라는 오명은 이제 ‘천문학적 수익자산’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전환되고 있다.

함평군은 해당 조형물에 대해 철통 보안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단체관광객 유치, 관광기념품 판매, 박쥐 생태관 체험 등 연계 수익모델도 확대 중이다. 특히 2024년 함평나비대축제 기간에는 13일간 43만 명이 방문하며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황금박쥐상 전시관은 ‘필수 관람지’로 떠올랐다.

 

전문가들 “문화 자산의 금융자산화, 지방자치의 롤모델”

문화재정책 전문가인 한양대 박노준 교수는 “황금박쥐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의미의 재구성’을 성공적으로 이룬 사례”라고 평가한다. 그는 “지역문화 콘텐츠에 대한 장기적 투자와 전략적 브랜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대표적 성공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 경영 컨설턴트 이수정 박사는 “함평군의 과거 선택이 지금 금융자산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문화정책의 ROI(투자수익률)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기성과 중심의 지방정책이 아니라, 지역 자산화에 기반한 장기 프로젝트가 지방소멸 위기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 정책, 다시 ‘비전’을 말할 때다

이제 우리는 단기 실적에 급급한 지방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황금박쥐상 사례는 당시의 행정 결단이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석형 전 군수의 판단처럼, 지역의 독창적 자산을 문화로 포장하고 상징화하는 전략은 결국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핵심 요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과 중심이 아닌 ‘방향 중심’의 정책이다. 황금박쥐상이 보여준 것처럼, 정책은 단순한 사업이 아닌,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한국사회적경제신문 KSEN 노병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