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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신뢰, 제주 생드르영농조합법인 - 박주희(한국협동조합연구소 팀장)


협동조합과 신뢰,  제주 생드르영농조합법인



 



 



 



박주희



()한국협동조합연구소 팀장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는 농촌진흥청의 연구용역으로 농업경영체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직거래 모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생협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업경영체를 조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한살림에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제주 생드르영농조합법인을 한국사회적경제신문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생드르는 생()+드르(제주어 들판’)의 합성어로, 살아있는 들판이라는 뜻이다. 생드르영농조합은 2000년 설립되었지만, 그 시작은 1993년에 제주도에서 환경과 농업이 조화를 이루며 환경과 인간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하는 농민 10여명이 모여 조천유기농업연구회라는 이름의 단체를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전국적인 유기농업연구소인 ()흙살림연구소에 가입하였고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던 중에 생산만의 협력으로는 부족하고 유통에서의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농조합을 창립하게 된 것이다.



 



한살림에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이다. 그 전에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도 팔지를 못했다. 외관상으로는 작고 초라한 친환경 농산물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없었고, 어떤 때는 감귤은 50% 이상을 버리기도 하면서 계속해야 하는가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중에 한살림과 인연이 되면서 안정적 판매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영농조합법인의 김기홍 상무는 말한다.



 



생드르영농조합법인의 회원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정회원은 현재 75명이다. 정회원이 되기 전단계인 준회원을 포함하면 총 123명의 생산자가 속해 있다. 이들 생드르영농조합법인 회원은 한살림 제주생드르권역협의회 구성원이기도 하다. 권역협의회과 영농조합법인의 관계는 같은 구성원이 조직을 중심으로 권역협의회를 구성하고, 사업을 중심으로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 조직의 대표는 같고 이사회는 절반정도 겹치게 구성된다.



 



먼저 권역협의회를 보면 회원은 지역별 5개의 공동체로 묶여 있다. 제주시공동체, 조천공동체, 구좌공동체, 성산·표선공동체, 대정공동체가 그것이다. 또한 이사회 산하에는 4개의 위원회가 있다. 품목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밭작물위원회, 과수분과위원회, 가공위원회와 여성생산자회가 있다. 품목위원회는 영농조합법인의 의사결정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생드르영농조합법인에서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감귤류, 밭작물로 겨울채소류, 봄채소류, 시설채소류가 있고 축산을 일부 하고 있다. 그리고 가공품으로 유기감귤즙과 무말랭이를 하고 있다. 밭작물 면적이 21만 평(70ha)이고 과수가 16만 평(52ha)이다.



 



생드르영농조합법인도 최근에 감귤주스와 같은 가공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잉여 생산량을 적절히 관리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공품시설을 직접 운영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지만, 과수품목위원회 소속 농민들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농민들은 일단 가공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받지 않을 테니 시도해보자. 그리고 부가가치가 나오면 그때 돌려줘도 된다고 조합의 실무자들을 독려했고, 실행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생드르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하는 감귤주스는 맛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생산자들의 잉여농산물을 적절히 제값을 주고 사주는 효녀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혜택은 생드르의 조합원들만 본 것이 아니다. 영농조합사무국장은 생드르가 가공사업을 시작한 이후 제주지역의 다른 가공업체도 생산자에게 가격을 후려치지못하고 좋은 가격에 사주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실천은 한살림이 생산자조직이 직접 가공사업을 운영하여 잉여 생산량을 조절하고 부가가치를 가져가는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한살림의 농산물 구매가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모인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렇지만 영농조합 운영비로 얼마를 받을지, 생산안정기금을 몇 퍼센트 받을지, 최종적으로 생산자가 얼마를 수취하게 될지는 조합원이 결정한다. 이러한 논의의 기반이 되는 곳은 품목위원회이다.



 



영농조합과 같은 협동조직에서 조합원의 신뢰는 사업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나는 생드르의 생산자 조합원을 인터뷰하면서 조합원 간에 강한 신뢰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요인이 무엇인지 사무국장에게 질문했더니 몇 년 전 감귤가격이 폭락했던 때의 사례를 이야기해준다.



 



감귤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영농조합법인이 생산자에게 팔아주기로 약정한 양보다 훨씬 많은 생산량이 나왔다. 원래 약정하지 않은 물량에 대해서는 영농조합법인은 아주 가격을 낮추어서 구매하거나 그냥 공판장을 통해 생산자가 처리하도록 해도 된다. 하지만 생드르 과수위원회 생산자는 약정을 많이 하지 않은 농가에 대해서도 전부 약정가로 수매하고 생산안정기금을 사용하되 그해 안정기금을 더 높게 모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수매한 과일을 팔기 위해 조합의 실무자는 여기저기 동분서주하였다. 물론 이렇게 판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조합이 한살림 외에도 다른 출하처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적자는 곧 매워졌고 증가된 생산안정기금은 그 이후에도 유지되었다. 그 이후 과수분과위원회 구성원의 신뢰는 높아졌고 조직력도 훨씬 더 강화되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통해서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통해 생드르의 조합원들은 안정적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시장에서 농민들이 수취하는 가격에 대한 표준을 높임으로서 생드르영농조합법인에 공급하는 조합원만이 아니라 다른 농민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한살림에 공급하는 농가경영체 중에서도 특이하게 한살림을 주력으로 하면서도 생산된 전체량을 구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춤으로 인해서 친환경 생산을 안정적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 생드르영농조합법인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