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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창조경제

중소기업과 창조경제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창조경제를 놓고 말이 많다. 특히 신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논란이 뜨겁다. 세칭 경제전문가 치고서 창조경제에 대하여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창조경제를 다룬 칼럼과 사설이 하루가 멀다하고 지면을 장식한다. 읽을 때는 그 뜻을 알 것 같으면서도 다시 아리송해진다.


 


창조경제가 대세를 이루니 창조금융, 창조관광, 창조외교, 창조교육 등도 우후죽순처럼 쏟아나고 있다. 이처럼 창조라는 말로 모든 것을 포장하다 보니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 창조경제를 책임지는 정부 부처의 장도 창조경제에 대한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나서서 창조경제의 참 뜻을 설명해지는 사태까지 벌어졌겠는가.


 


모든 사람이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듯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창조경제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자신의 답만 맞고 남들은 다 틀렸다는 식의 접근이다. 과연 창조경제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시된다. 정말 진정한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다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창조적이지 않다.


 


물론 정부 정책의 방향과 지원사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명확히 창조경제의 정의와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창조경제를 위해 정부 부문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또는 어떤 일은 안해야 하는지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 언론인, 정치인이 자신의 관점에서 정부의 정책과 사업을 놓고 옳으냐 그르냐를 논의하는 것은 비창조적인 행위이다. 창조경제의 의미보다는 창조경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관점에서 이전에 거론된 개념과 창조경제를 비교하여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신정부가 들어서 창조경제를 거론하기 전까지 중소기업 정책은 공정거래, 상생협력, 동반성장, 공생발전, 경제민주화에 초점을 두었다. 흥미롭게도 이 용어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불균형 관계를 전제하고 있는 개념이다.


 


공정거래는 대기업이 납품하는 중소기업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주라는 것이다. 흔히 동물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수직적 예속관계에 놓여 있는 협력 중소기업을 대기업이 부당하게 착취하지 말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는 규제와 처벌의 부정적 정책을 반영한다.


 


규제중심의 대중소기업 정책이 발전적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 상생협력이다. 상생협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여 상생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대기업이 주인이고 중소기업은 종속되는 관계에 놓여 있다. 공정거래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정당한 몫을 빼앗지 말라는 의미라면, 상생협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자신의 몫을 나누어주라는 뜻이다. 가진자가 베풀고 도와주는 것이 상생협력의 의미로 해석되었다.


 


상생협력이 발전적으로 진화한 것이 동반성장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동반하여 성장하라는 뜻으로 함께 노력해 시장을 키우고 더불어 성장하라는 개념이다. 그러나 동반성장도 자원이 빈약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존하여 성장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열풍처럼 불어닥친 동반성장에서 왜 중소기업끼리 동반하여 성장하는 것은 빠져있는지 궁금하다. 대기업에 얹혀 성장하는 중소기업은 결코 대기업 울타리는 벗어나 독립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공생발전은 단순한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이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공생발전도 대기업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가정한다. 가령 대기업이 설치한 플랫폼을 이용해 중소기업이 함께 살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이 공생발전의 예로 자주 거론된다. 그런데 여기서도 중소기업은 기생적인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이 깔아놓은 플랫폼의 맛을 본 중소기업은 결코 그 판을 떠날 수 없다.


 


이런 불균형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자 하려는 노력이 바로 경제민주화이다. 작년 선거에 등장한 경제민주화도 창조경제와 마찬가지로 의미가 무엇이냐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다. 경제민주화란 경제에서 민주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옹호론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평등 관계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아무리 현상적인 처방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시각을 깔고 있다.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경제민주화 정책은 대기업 옥죄이기로 과도한 규제를 유발하여 경제적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반대론자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창조경제는 기존의 개념들과 달리 독자적 자생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가 정신이다.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창조하려면 독자적인 개척정신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창조경제는 기존의 중소기업 정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중소기업도 이제는 대기업의 지원에 안주하거나 정부의 보호에 의존하지 말고 독자적인 자생력을 갖추고 홀로 서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자생력을 육성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는 중소기업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여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 두 가지를 동시에 성취하고자 하려는 노력이다. 신정부가 창조적 경제정책을 통하여 우리 경제의 저변을 형성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시키고 온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경제성장을 추구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