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크레딧 현장 활동이 이어준 사회적기업의 CEO
티앤비경영연구원(주)
서울사회적기업 형
대표컨설턴트 이미경 경영지도사
사회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빈곤을 해소하고 저소득층의 자활을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에 부합하는 여러 제도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로 대안금융제도(micro-finance)가 개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왔다. 대안금융제도는 무담보 소액대출(micro-credit)의 바람직한 운영에서 발전하여 정착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1992년부터 경험하게 된 마이크로크레딧 제도의 발전과정에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제도의 정착을 위해 운영주체의 강한 의지를 기반으로 각각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대안금융으로 씨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담보와 보증 능력이 없어 기존 금융기관을 좀처럼 이용할 수 없는 빈곤 소외 계층을 중심으로 소액 대출을 통해 자활·자립의 기반을 확보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MC(micro-credit)가 운용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필자가 경험한 저개발국형의 대안금융제도와는 다른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필자는 1992년 8월 한국국제협력단(KOTEA)에서 ‘중소기업경영지도사’ 자격으로 지원하여 스리랑카로 ‘중소기업 경영지도’ 분야의 해외봉사단원으로 파견되었다. 파견된 소속기관은 ‘함반토타 여성개발위원회(HWDF : Hambantota Women Development Federation)였다. 이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활성화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던 때였다.
파견 이후 현장 활동을 통해 개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 기하는 다양한 노력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활동이 지역사회 발전에 어떻게 공헌하고 있는지를 학습하면서 관련 경험을 충실히 쌓고 한국으로 돌아와 15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무역업에 종사했다. 2007년, 사회적기업이 대두되면서 사회적기업의 이해를 돕고 사회적기업 컨설팅 수행을 위해 여성 경영지도사 중심으로 컨설팅 전문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국내거주 다문화 여성과 취약계층의 여성을 돕는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의 강사와 컨설턴트가 되어 돕기 시작한지 두 해만에 서울시가 지정하는 사회적기업이 되었다.
매년 회사는 더 많은 일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쩌면 마이크로크레딧 현장 활동의 경험이 없었다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현재까지 잘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경험한 스리랑카 HWDF가 주관했던 마이크로크레딧 제도에 대하여 조금 더 소개하고자 한다. HWDF는 NGO로, 해당 지역의 행정관과 강력한 정부의 지원을 통해 마이크로크레딧 운영의 주체가 되었고, 정부가 중심이 되어 세계은행과 아시아 개발은행으로부터 Funding된 자금을 대출금의 원금으로 삼아 시작하게 되었다. HWDF 본부는 지역 내 마을 단위로 소규모 마을금고인 자나샥티 뱅크(JB : Janashakti Bank)를 세우고, 지역 내의 여성 회원을 각 5명씩 그룹으로 구성하여, HWDF 본부의 금고 운영방침에 따라 소액의 대출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게 하였다. 이런 점에서 방글라데시 그라민 뱅크와 다를 바 없지만, 함반토타의 경우는 스리랑카의 2대 건조지역 중 하나로 바닷가 근처 어부와 염전의 근로자를 제외하면 지역 내에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될 만한 특별한 사업이 없었고, 더구나 함반토타는 2004년 12월 동아시아 대참사로 기억되는 쓰나미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곳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현지 행정 기관은 물론 HWDF 구성원인 여성들과 마이크로크레딧을 통해 수혜를 받게 된 여성들 스스로가 끊임없이 “새롭게 잘 살아보자”는 의욕이 일도록 HWDF 본부에서는 모자보건, 경제교육, 위생교육, 정신교육 등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서로 격려하는 프로그램을 쉴 새 없이 운용하였다. 그 결과 어느 지역보다 뛰어난 마이크로크레딧 제도의 발전적인 정착을 이루었다. 또한 마을마다 설립된 마을금고 단위인 JB 활동의 원동력이 되었고 특히 JB의 책임자는 물론 회계사무원, 특히 수혜자를 직접 독려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지역 내의 봉사자로 활동하는 활동가(AW : Active Worker)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지역 AW는 부녀회원 중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거나,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꾸준히 격려할 수 있는 덕망 있는 회원을 중심으로 선택하였고, 활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더 많은 교육을 받게 하였다. 지역의 회원은 본부와 행정기관에서 받는 수혜 혜택을 통해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도 만족스럽게 MC를 활용하고, 다소 높은 이자를 지불하면서도 그 수익으로 본부를 운영함은 물론 지역사회 여성의 자존감 확립과 경제적인 자립을 도왔다.
스리랑카 소액대출의 특징 중, 회원이 대출을 신청할 때 상환의 공동 책임을 맡게 되는 5인 그룹원이 사업성 평가를 하게 되고, 본인들의 결정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했던 만큼 MC 자금을 활용하기 전 신중에 신중을 기하였으며, 생산한 물품이나 재화는 5인 그룹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를 통해 우선 판매할 수 있도록 알선해주는 모든 과정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부담감 및 스스로를 위한 ‘자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성공 확률을 높였다 할 것이다.
더욱이 HWDF 본부는 회원 자신이 그룹 전체의 자활을 목적으로 한 몫을 감당하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독려하고, 이를 위해 높은 금리를 부과함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자로 얻어진 소득의 일부는 가족 구성상 회원이 될 수 없는 노인, 한부모 가정, 장애인 가정 등을 위해 쓰이고 있음을 알렸고, 한편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등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도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스리랑카형 MC가 아무리 완벽하게 성공하였더라도 그 나라의 환경은 물론 적용의 범위가 크게 다름은 물론이고, 어디서든 같은 조건으로 제도가 자리 잡게 되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나라마다 다른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고, 그 다른 환경과 조건의 바탕 위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한 후 가장 합당한 방법으로 수행함이 옳을 것이다.
한국형 MC의 발전은 최초 MC 자금을 원조에 의존한 스리랑카형 MC제도와 어떤 경우에도 닮은꼴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MC의 유형을 창조하기 위해 더욱 더 연구하여 사회적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