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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혁신과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 혁신과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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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윤 재 






최근 경제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로 인해 사회적 취약계층도 늘어나고 정부의 재정부담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늘어나는 재정에 대한 정부의 부담도 완화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인 조류를 반영하여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도에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어 현재 801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외국의 사례와 달리 정부의 인증을 요한다.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재정지원, 세제지원 및 경영컨설팅 등 많은 직간접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의 성패는 독자적인 경영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달려 있다. 초기엔 일정부분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독자적인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경쟁은 치열하고 냉정하다. 사회적기업이 진출한 대부분의 업종에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미 포진해 있어 레드오션성격이 짙다.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사이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대다수의 사회적기업이 경영난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느 연구조사(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활동 중인 사회적기업 491개 중에 영업 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83.9%412개로 파악되었다. 2008년 이후의 장기 불황으로 볼 때 이런 추세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기업의 영업이익을 계산하는데 사회적인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지만, 기업의 기본 조건인 경영지속 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는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사회적기업은 자본의 영세성, 인력구조의 취약성, 경영의 한계점 등 수많은 불리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은 역설적으로 혁신이 민간 영리기업보다도 더 필요하다. 사회적 책무성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영리성도 추구해야 하는 상충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하므로 치열한 경영상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야 하고, 창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구체적인 경영전략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일종의 혁신과정을 거치게 된다. 개별기업 차원의 혁신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해결 가능성까지 고려한 혁신을 요구하므로 민간기업 차원의 혁신과도 차별된다는 점에서 사회적기업가 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이 필요하다. 또한 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혁신과 틈새시장 전략으로 성공한 잠재적인 사회적기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급신사 양복을 만드는 중소기업(금천구 독산동 소재)으로 조만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고려중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전체 고용원 200여명 중 30% 이상 청각장애인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청각장애인 양복재단 기술자를 알게 되어 고용했는데 숙련도가 뛰어나고 업무에 집중도가 일반 근로자에 비해 월등히 높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작업과정을 숙지시키고 안정화 단계까지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일정 단계를 지나면 업무 집중도가 높아 생산성이 정상인 근로자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 후 청각장애인의 고용을 꾸준히 늘려왔고 그 결과 생산성이 높아져 기업의 수익창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청각장애자의 고용이 증대되자 기존의 관리직 직원들과 갈등이 생겨 경영에 애로를 겪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날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취약자와 함께 회사를 경영하면서 보람도 느껴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정상적인 근로자가 기피하는 3D 업종에 장애인을 고용함으로써 안정적인 노동력을 확보하고 적정한 비용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필자도 방문하여 양복을 한 벌 맞췄다. 내 몸에 딱 맞게 만들어 기존의 대형 유통업체에서 파는 기성복과는 다른 만족감을 준다. 결과적으로 이 기업은 사회적인 문제인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주어 사회적 책무성도 해결하고 기업경영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필자는 작년에 어느 지방자치 단체에서 개최한 사회적기업육성 포럼에서 좌장을 맡아 여러 가지 문제점과 육성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포럼에는 사회적기업 경영자, 공무원, 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였는데, 지원에 대한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지원은 그 효과성이나 사회적기업의 경쟁력 제고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은 정부의 인증과 비교적 다양한 직간접 지원이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재정적인 지원은 단기적으로는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인 지원은 사회적기업의 독립경영 능력을 약화시켜 기업생태계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금전적인 직접지원보다는 경영여건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제도정비나 규제완화, 경영컨설팅 및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지원 등)을 심층적으로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맞춰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인증의 목적이 무엇인지, 인증요건 및 관련 법규에서 요구하는 각종 요건 및 규제들이 현재의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잘 어울리는지도 사회적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은 필요하다면 하되 스마트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원의 장단기적 효과성도 중요하지만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선순환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내부자원 부족이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어 유관조직이나 지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인 네트워크 자원을 이용하여 부족한 요소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협력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사회적기업과의 상생전략도 중요하다. 일부 대기업은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거나 직접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도 한다. 혁신적 아이디어로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펀드나 재단이 설립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미국의 아쇼카 재단, Skoll 재단, REDF 등 수 많은 재단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사회적기업가의 활동을 지원해주어 소셜 벤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재단인 아쇼카재단 한국지부(아쇼카 코리아)가 설립되어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가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