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학생 위한 ‘손끝 태권도’ 시대 열려… 서울시교육청, 점자·오디오북 교재 전국 첫 보급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시각장애학생의 체육 수업 장벽을 허물기 위한 전국 최초의 협력 모델을 내놨다. 교육청은 3일 오전 한빛맹학교에서 국기원, 한국점자도서관과 함께 ‘시각장애학생 태권도 점자교재 및 오디오북 개발·보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교재가 그림·영상 위주여서 수업 참여가 어렵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청이 직접 발굴한 과제다.
서울시교육청은 한빛맹학교의 현장 의견을 토대로 국내·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시각장애학생용 태권도 교재 개발을 추진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태권도 품새 ‘태극 1장’ 점자교본(45쪽)과 이동우 방송인이 참여한 오디오북(14분)을 완성해 전국 15개 시각장애학교에 배포했다. 점자교본은 동작과 이동, 호흡을 촉각 언어로 재구성해 학생이 손끝으로 동작의 흐름을 익힐 수 있도록 했으며, 오디오북은 반복 청취를 통해 교사 의존도를 낮추고 자기주도 학습을 가능하게 했다.
교육청은 ‘손끝으로 배우는 태권도’ 캠페인도 함께 운영했다. 여름방학 기간에는 한국체육대학교 품새 지도가 더해져 학생들이 태극 1장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촉각과 청각 중심으로 반복한 훈련은 지난 9월 열린 태극 1장 발표회에서 빛을 발했고, 학생들의 시연은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협약식에서도 학생들은 다시 한번 품새 시연을 선보이며 점자 태권도 교재의 의미를 직접 증명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교재 제작을 넘어 지속 가능한 공공–민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태극 2~8장 점자·오디오북 공동 제작, 국기원 검수 및 인증 시스템 마련, 영문판 제작과 해외 보급, 전국 점자도서관·복지관을 통한 확산, 시각장애학교 방문 수업 등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정근식 교육감은 “시각장애학생들이 태권도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몸으로 배우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이 공교육의 책무”라며 “국제사회에 확산될 포용교육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점자교본 제작에서 오디오북 개발, 현장 수업, 전국·해외 확산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체육교육 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