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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당사자들과 일상에서 함께 하고 싶었다.[장명찬 마음샘정신재활센 터 원장]

장명찬 마음샘정신재활센터 원장

지난해 재미난청춘세상 교육과정이 끝나고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재미난청춘세상과 ‘착한소문쟁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사회적가치를 위해 수고하고 애쓰시는 착한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아서 함께 응원하고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착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됐으면 싶다.*

정신적 어려움을 갖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회복과 재활을 지원하는 정신재활시설인 ‘마음샘정신재활센터’의 장명찬 원장은 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현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정신질환 당사자들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마음이 너무 아팠다. “분명 치료가 끝나 퇴원했는데 어떤 이유로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지” 알고 싶었다. 또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자신을 보여 주길 더 어려워할 뿐 아니라 쉽게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특히, 타인에 의해 강제 입원하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면, 그리고 기회만 되면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탈출을 시도하는 환자를 볼 때면 더 슬펐다.

그런데 이런 장명찬 원장의 고민을 해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곧 열렸다. 1995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지역정신보건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잘 알고 지내던 정신과 의사 한 분과 대학원 은사가 관련 사업을 함께 해 보도록 권유했다. 이에 장 원장은 당시에 경상북도에 있는 병원에 근무했던 탓에 주거지 자체를 옮겨야 하는 큰 결정이었음에도 일주일만의 수원행을 실행에 옮겼다.

이후 지역정신보건사업을 위탁받은 병원 소속으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정신장애 당사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장원장은 그들이 지역정신보건사업을 통해 위로받고 있을 뿐 아니라 회복 과정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이에 그들과 일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사회복귀를 도와주는 차별화된 사회복귀 시설을 만들어 보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1999년 선배가 운영하던 복지관의 3평 반짜리 공간을 빌어 두 명의 정신장애 당사자와 무모한(?) 독립을 시작했다.

장원장은 당시 책상 하나 겨우 둘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마냥 감사했다. 그리고 운영비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다. 재미있게 지내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전화도 놓아야 하고 관리비 등 추가로 필요한 돈이 많았다. 그리고 장애 직업재활 초기 사업으로 근로 보호 작업을 주로 했는데 제한된 자원으로 납품일을 맞춰야 하는 것도 큰 과제였다. 하지만 지인 후원은 물론 1,000원, 5,000원씩 후원하는 개미후원자들이 많았다. 기꺼이 밤새 작업에 함께 해 주는 학생자원봉사자들 덕분으로 마음샘정신재활센터는 어려운 시간을 행복하게 견뎌냈다.

오늘날 마음샘정신재활센터를 이용하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120명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 중 70명 이상이 지역사회 직장에서 잘 안착해서 일하고 있다. 그 덕분에 장명찬 원장의 핸드폰은 매일 바쁘다. “오늘도 열심히 일했어요”, “오늘은 칭찬받았어요”, “첫 월급 받았어요”, “아들이 첫 월급 받았는데 차마 못쓰겠다.” 등등 정신장애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매일 같이 일상의 소식을 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원장은 이런 소소한 소식들이 귀찮기는커녕 반갑고 감사하기만 하다. 장원장에게 정신장애 당사자는 소비자(Consumer)다. 마음샘정신재활센터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유용하지 않다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신뿐 아니라 센터 역시도 존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철학 때문에 장 원장은 매일매일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위해 힘을 낼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혁신을 꿈꾼다.

센터 초창기 시절, 그러니까 근로 보호 작업을 주로 할 때였다. 당시는 회원들이 한 달 동안 일해서 받는 돈이 정말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그런데 함께 작업 중에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던 장 원장을 유심이 지켜본 한 정신장애 당사자가 출근길에 나일론 양말을 한 묶음 사와 선물로 줬다. 미끄러워 신기에 불편함에도 장원장은 매일 그 양말을 신었고 선물해 준 정신장애 당사자는 출근만 하면 장원장이 어떤 양말을 신었는지 살피며 싱글벙글했다. 이후 장원장은 양말 살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초창기부터 마음샘정신재활센터 함께 했던 한 정신장애 당사자는 “원장님과 함께하며 제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라며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장명찬 원장은 센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정신장애 당사자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커피숍을 열어 운영을 시작했다.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비장애인들 앞에 나서는 것을 가장 어렵게 생각할 것으로 판단,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비장애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경험과 함께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또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라는 자부심까지 품게 되면서 성공적인 사회복귀로 이어졌다.

하지만 장원장은 이제까지의 성과에 안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바리스타뿐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같이 다양한 직업을 원하는 장애 당사자들이 많을 뿐 아니라 아직도 센터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장원장은 정신장애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이상 혁신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장명찬 원장은 마음샘정신재활센터가 있는 지역민들에게 특별히 감사하다. 센터 회원들을 잘 수용하고 격려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커뮤니티 카페를 찾아 직원들을 독려하는 지역민들 말 한마디에 회원들은 더욱더 신이나 일에 몰두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장애 당사자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장원장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특별히 대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함께 있어 주고, 함께 어울려 봐 달라는 것이다. 마음샘정신재활센터만 해도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음악회, 낭독회 등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 자리에 함께 참여하여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늘려간다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며 공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원장은 “선진국에서는 정신장애를 하나의 강점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 더욱 그렇다.”라며 앞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관련한 사회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인터뷰 내내 정신장애 당사자들 이야기에만 여념이 없는 장원장에 대한 가족의 평가는 어떨까, 지금은 대학생이 된 딸이 어린 시절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냐?”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사회복지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더니 딸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같다.”,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 사람 같다.” 등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아빠를 소개하는 시간에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이라는 소개 대신 “우리 아빠를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 평가를 할지 모르겠다는 장원장은 당시 자녀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가르쳐 주는 것보다는 맡은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또한 얼마만큼 즐겁게 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장명찬 원장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존중과 배려’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사회적가치, 사회적경제는 사람 중심의 경제다. 즉, 옆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유가 있어야 주변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보면 여유가 생긴다.”라고 강조하는 장원장은 끊임없이 주변을 바라보기에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작은 변화에도 그 속에서 숨겨진 가치를 찾아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며 센터를 성장시켜 온 듯 보였다.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