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쉼, ‘갭이어’ 문화를 만들다
한국갭이어 안시준 대표 인터뷰
1. 갭이어(Gap year)의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음식을 먹는 도중 웨이터가 와서 “디저트 뭐로 하시겠어요? 지금 당장 결정하세요.” 라고 재촉합니다. 아직 수저도 들지 않은 사람에게 지금 ‘당장’ 선택하라고 합니다. 내가 원할 때 주문하면 더 좋잖아요. 갭이어(Gap year)는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진로를 더 제대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창립했습니다.
2. 기업의 규모와 특징을 소개해 주세요.
30여개국, 15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습니다. 크게 나누면 인턴십, 봉사활동, 교육, 여행 파트로 나뉩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진로라는 한 카테고리 안에 들어있습니다. 한국갭이어 프로그램의 취지는 어설프게 글로 배워 ‘당장 거기에 취업하자’가 아닌, ‘제대로 알고 배우자’는 것입니다. 체험을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진로를 잘 결정하자는 것이죠.
철학, 경영학이 아닌 제과·제빵, 바텐딩, 겜블링 등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 교육기관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요리로 유명한 르꼬르동블루(Le Cordon Bleu), 제과로 유명한 프랑스 르왕 제과, 호주의 카지노 겜블링 등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고 배우게 합니다. 경험을 통해 제대로 배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회사의 뜻이기도 하구요.
3.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요?
한 명이라도 많은 친구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갭이어는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원래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실제로 진로에 대해 가장 고민하는 친구들은 대학생이어서 범위를 넓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에 집중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중학생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갭이어 프로그램에 대해 직장인도 많은 문의를 주십니다. 휴가 동안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자 하는 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외국은 ‘갭이어’가 정착하여 직장인 및 일반인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4. 기업의 사회공헌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나요?
갭이어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물론 숙식과 교육 때문에 몇몇 프로그램은 유료입니다. 그 외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컨설팅을 매일 진행합니다. 또한 접근성이 부족한 지방 학생들을 위해 직접 강연과 컨설팅을 하러 갑니다. 한 명이라도 많은 친구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갑니다.
특히 1년 반 동안 진행한 사회사업으로 <귀로 배우는 학교 만들기>가 있습니다. 이 사업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mp3 플레이어를 모아 태국 NGO단체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실적으로 시각장애인은 교육을 하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교육에 필요한 도구도 부족한 실정으로, 점자학습을 위해선 많은 비용이 듭니다. 이들이 귀로 배울 수 있도록, 쓰지 않는 mp3 플레이어를 모았습니다. ‘오랫동안 쓰지 않던 mp3 플레이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아이디어가 소외된 이들에게 꿈을 주게 된 것이죠.
5. 현재 추진 중이거나 추진할 예정인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겨울 캠프로는 태국 교육봉사활동 및 호주 오프로드 캠프가 진행 중입니다. 한국 갭이어 봉사활동은 일정대로, 시키는 대로, 정해진 대로 하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참가자가 직접, 능동적으로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봉사활동입니다.
내년에는 갭이어 센터(갭이어 하우스)를 설립하여 학생들이 고민을 해결하고 지내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벗어나 진로를 찾게끔 도와주는 꿈의 공간에서 교육 프로그램과 숙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프로그램에는 토론식 수업 및 독서, 소수정예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6.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겪거나 느낀 어려움, 문제점은?
없습니다. 가치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황무지의 밭을 갈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갈면 됩니다. 도구가 없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이 하겠다고 한 일에 도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맨손으로라도 갈면 됩니다. 일단 하는 겁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투덜거리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없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미리 알고 한국갭이어 일을 시작했기에 어려움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갭이어 해외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다양한 나라를 다닙니다. 몇 천 킬로미터를 다니면 몸이 망가지기도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면 문제점이 됩니다.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문제점이 안 되겠죠.
7. 갭이어와 같은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시간을 투자해서 사업계획서를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절대 1~2년 보고 쓰지 마시고, 장기 플랜의 사업계획서를 쓰세요. 될 수 있으면 자세하게 쓰시길 바랍니다. 갭이어 같은 경우 10개월 이상 계획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단타성 사업이 되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 오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8.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경제란?
자본주의는 어쩔 수 없이 흘러가야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통신, 교통, 물류, 지식은 빨라졌고 수 백 개의 시장이 하나의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본시장의 특성 중 하나는 취약계층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사회에서 배제된 누군가는 자연스레 피해를 봅니다. 그래서 이것을 제어한다는 개념에서 사회적경제가 나왔습니다. 다시 ‘로컬화’가 이루어진다든지, 자본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공정무역이나 공정여행을 만들어 내는 등 여러 사업이 만들어졌지만 이것 역시 자본시장입니다. 이것을 기업의 형태로 제어하기 위한 것이 사회적기업입니다.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사이에서 사회적 가치와 이윤 추구의 균형을 잘 맞춰 사회제도의 빈틈을 보완해주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에 소외된 계층에게 ‘다른 방법’으로 자본주의에서 이탈시켜 도와주고자 하는 사회적경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이란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과 선한 마음입니다. 소비선택 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의 형태도 합리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소외된 계층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믿고 구매해주시는 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너무 자본주의에 의존하지 말고, 탈 자본주의(자본주의 내 에 있긴 하지만)를 통한 시장이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 나 갭이어 할래요."라고 했을 때 엄마가 "그래, 갭이어 하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엄마도 ‘갭이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갭이어 문화가 정착되었음을 반증하는 셈이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위해 자율적으로 갭이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그날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공헌을 할 것입니다.
이수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