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과 일자리 창출
심경섭
한국사회적기업학회 회장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를 취하면서 취약계층에 일자리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영업활동을 수행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부터이다. 외환위기로 인한 대량실업사태는 전례 없는 큰 충격을 주었고, 이에 대한 긴급처방으로서 정부는 1998년부터 공공근로사업을 시행하였다.
공공근로사업은 저소득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시켜주는 데 기여하였지만, 임시적이고 단기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머물렀다. 이러한 공공근로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2000년에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과 함께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자활사업의 제도화로 이어졌지만, 자활성공률이 높지 못하고 일자리의 내용 역시 공공근로적인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자,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03년부터 노동부가 처음으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 이래 복지부, 환경부, 교육부, 여성부, 산림청 등 전 부처로 사업이 확대되는 등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대책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07년에는 『사회적기업육성지원법』 이 제정되어 정부 인증을 통한 사회적기업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사회적기업의 수와 종사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사회적기업 종류도 복지법인에서 운영하는 단순제조업에서 엔비전스(N-Visions)와 같이 문화와 사회복지 분야 등으로 다양해졌다. 2012년 4월말 현재 사회적기업 수는 656개이고, 예비 사회적기업 1340개를 포함하면 국내 사회적기업 종사자는 16,406명에 이르고 있다. 사회적기업 수와 종사자 수는 2007년에 비해 각각 13배와 6배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저소득층이나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도 지난해 10,000명을 넘었다.
이와 같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 받은 사회적기업의 수와 취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는 있지만,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전체기업 수의 15%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은 영업 손실 상태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기업의 본질상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이 충분히 활성화되어야 하고, 홍보와 마케팅 등의 지원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은 개별 기업이 사회적기업인지 아직 모르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기업 육성을 일종의 ‘복지비용’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앞으로 창의적이고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교육과 투자가 절실하며, 환경, 문화 등 새로운 육성분야의 발굴, 자금 부족, 판로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또한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과 회계, 법률, 마케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프로보노(pro bono) 운동을 사회적기업과 연계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기업과 국민 모두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영업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사회적기업과 같지만,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증제를 도입한 것은 유럽의 모형에 바탕을 두고 사회적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육성코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의 종류, 즉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지 아니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유형 I은 ‘일자리 제공 형’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이 주된 목적이고 부수적으로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이때 전체 근로자의 50% 이상이 취약계층이어야 한다. 유형 II는 ‘사회서비스 제공 형’으로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반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부수적인 목적이다. 유형 I과 마찬가지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의 50% 이상이 취약계층이어야 한다.
유형 III는 이른바 유형 I과 II의 혼합형으로 전체 근로자의 30% 이상을 취약계층에게 제공해야 한다. 혼합형은 유형 I과 II에 비하여 시장성이 높다. 마지막 유형인 IV는 ‘기타 형’ 혹은 ‘지역사회 공헌 형’이다. 이 유형은 취약계층의 비중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환경, 문화, 지역개발 등 취약지역 사회의 주민을 수혜자로 하는 공익사업을 수행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더라도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인증을 받았거나 매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인증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될 때는 청문절차를 거쳐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오랜 시민사회의 성장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민간보다는 정부주도로 육성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시행하였던 공공근로와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시민사회의 참여가 확대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사업들의 비효율성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체계적으로 공공근로나 사회적일자리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육성법』제정하고 지원 규정들을 명문화하고 있다.
첫째, 사회적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경영, 기술, 세무, 노무, 회계 등의 분야에 대해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둘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기업의 설립 또는 운영에 필요한 부지구입비와 시설비 등을 지원 또는 융자하거나 국‧공유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공공기관의 장은 사회적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우선구매를 촉진토록 규정하고 있다.
넷째, 사회적기업과 연계기업에 대해서는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섯째, 사회적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운영경비, 자문비용 등의 재정지원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케팅 등 전문 인력을 채용할 경우 기관 당 3명까지 월 150만원의 인건비를 3년간 지원한다. 또한 사회적기업이 사회적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경우 참여자에 대해 98만원을 최대 3년간 지원하고 있다. 이는 1년을 원칙으로 매 1년 단위로 재심사하여 1년차 90%, 2년차 80%, 3년차 70%를 지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문제는 심각한 기로에 서 있다. 고용률을 높이고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이 요구된다. 특히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 정년연장의 법제화, 한시적 청년의무고용제와 같은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야만 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보다 긴밀한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사회적기업에도 귀를 기울여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아울러 정부차원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견기업에도 귀를 기울여 보다 성숙한 중견기업들이 뿌리를 굳건히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사회발전 노·사·정 위원회를 중심으로 노·사·정 간의 보다 깊은 신뢰 회복과 사회적 대화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