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
[고재철 박사 칼럼 ]
서론 – 지속가능성의 갈림길 앞에 선 사회적경제기업
사회적경제기업은 지난 10여 년간 지역 사회의 공익 가치와 사회문제 해결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취약계층 고용, 지역순환경제 활성화, 친환경 생산 기반 구축 등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냈고,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 속에서 일정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 공공 조달 중심의 성장 방식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기업 간 차별성이 약해지면서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이 요구되고, 기술 변화와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사회적가치 실현이라는 철학이 곧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기업은 단순한 공익 조직을 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성·사회적가치·공익성이라는 본래의 목적 위에, 경쟁력·효율성·재무 안정성이라는 기업의 기본 체질을 결합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은 무엇을 해야 지속가능한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본문 – 사회적경제기업 지속가능성 7대 전략
1) 지역성과 사회적가치의 실질적 재정립
사회적경제기업의 출발은 언제나 지역 문제 해결이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시간이 지나며 지역성과 사회적가치를 ‘형식적인 요소’로만 활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회적가치는 선언이 아니라, 주민의 체감과 지역의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생산한다면, 단순히 원재료를 지역에서 조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농가의 소득 개선,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 소비 증가라는 연쇄 효과가 함께 발생해야 사회적가치가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 지역 문제에 기반한 과제 선정, 데이터 기반 지역 진단, 주민과의 상시적 소통 등은 앞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이 다시 강화해야 할 핵심 기반이다.
2) 가치사슬(Production–Processing–Distribution–Branding)의 통합과 생산성 혁신
사회적경제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분절된 가치사슬’이다. 생산은 한 조직, 가공은 또 다른 조직, 유통과 브랜딩은 외부 기관에 의존하는 등 연결되지 않은 구조가 많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비용이 높아지고 품질 관리가 어렵다.
가치사슬 통합은 단순한 운영 효율화 수준이 아니다. 생산–가공–저장–유통–브랜딩이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할 때 기업 경쟁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특히 자회사·협력조직·작목반 등과 함께하는 조직형 사회적기업의 경우, 통합 브랜드 구축, 공동 물류, 공동마케팅 등을 도입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생산성 혁신은 사회적경제기업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자,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근본 조건이다.
3) ESG·SVI 기반의 경영체계 정립—지속가능성의 객관적 기준
사회적기업이 사회적가치를 창출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ESG 경영이 우수한 것은 아니다. ESG는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전 영역에서 체계적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SVI(사회적가치지표)를 KPI와 연결해 내부 의사결정 지표로 활용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기업의 방향성이 명확해진다.
ESG·SVI 기반 경영은 단순히 외부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한 행정작업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경영의 나침반이다. 매출, 원가율, 고용, 사회적 가치, 환경영향, 지배구조 투명성이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될 때 기업은 시장의 평가를 견디는 힘을 갖게 된다.
4)시장 다변화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생존을 위한 필연
대부분의 사회적경제기업은 특정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다. 시장 다변화는 단기적으로 성과가 더디지만, 중장기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온라인 유통 강화, B2C 직거래 확대, 공공급식 시장 진입, 로컬푸드 기반 유통망 확대 등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작목반, 협동조합, 소규모 생산조직과의 파트너십은 사회적경제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 경쟁력이다. 단일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을 공동 브랜드와 공동 판매 전략으로 개척한다면, 시장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5)기술투자와 디지털 전환—현대 기업 경쟁력의 핵심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에 사회적경제기업이 기술 도입에 뒤처진다면 시장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자동화 설비 도입,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 온라인 판매 시스템 구축, 디지털 마케팅 역량 강화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변화다.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면 품질 불량률이 줄고,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를 도입하면 의사결정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나아가 온라인 유통은 지역을 넘어 전국·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6)인재 확보와 조직 역량 강화—사람 중심 조직의 지속성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 한계는 대부분 ‘인재 부족’에서 나온다. 전문성 부족, 낮은 보상 구조, 단발성 교육 중심의 인력 관리 방식 등은 기업의 지속성에 큰 장애 요인이다.
전문 인재 확보와 내부 핵심 인력 육성은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 직무축적 체계, 팀 기반 문제 해결 교육,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 시스템, 조직문화 안정화 등은 인재가 머무르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의 역량’에서 결정된다.
7)재무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지속가능 전략의 기반
재무가 건강하지 않으면 전략은 실행될 수 없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용 구조의 압박을 받기 쉬운데, 원가율 관리, 재고회전율 개선, 고정비 조정 등 기본 재무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리스크 분석, 투자 우선순위 설정, 중장기 재무 계획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요소다. 재무 건전성과 사회적가치는 결코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재무가 안정될 때 더 큰 사회적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결론 - 사회적경제기업, 지속가능성의 전환점을 맞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지역과 취약계층, 환경, 공동체를 지키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그러나 시대는 그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가치만으로 성장하던 단계는 이미 지났고, 이제는 경영 효율성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 구조’의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가치사슬 혁신, 기술 도입, ESG 기반 경영, 인재 육성, 재무 안정성 강화 등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이 전환의 시기, 사회적경제기업이 선택하는 전략과 실행력이 향후 10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사회적가치와 기업 경쟁력, 두 영역을 조화롭게 결합한다면 사회적경제기업은 더 큰 사회적 영향력과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

kjc816@naver.com
고재철 경제학 박사
한국사회적경제신문 발행인
한국사회적경제 포럼 대표
전 가천대 안양대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