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우리, ‘다같이 본다’

  • 등록 2019.09.06 17: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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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3회 나비남 영화제개최

50대 독거남들이 직접 단편영화 제작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고. 외로움이 숙명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고 공감받길 원한다. 특히 나이가 들고 경제적으로 고립될 때 홀로 쓸쓸히 삶을 마감하는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공감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진다.

이같은 상황에 놓인 50대 독거남성을 응원하는 특별한 영화제가 열렸다. 6일 오후 4시 해누리타운(목동동로 81) 2층 해누리홀에서 열린 ‘제3회 나비남영화제’다.

‘나비남(나非男)’은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위기에 놓인 중·장년 독거남을 뜻하는 말로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때는 아들과 아버지, 직장동료이며 친구였던 이들은 비혼, 가족 해체, 사업 실패 등으로 공동체에서 비껴간 삶을 살고 있다. 건강은 커녕 안부를 신경써 줄 사람도 이들에겐 없다. 일례로 50대의 고독사 비율은 29%에 달한다. 특히 고독사 실태를 조사했더니 남성의 고독사 발생비율은 85%로 여성보다 6.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천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 독거남에 주목했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2017년 ‘나비남 프로젝트’를 실시해 맞춤형 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구에 따르면, 구내 50대 독거남 가구는 약 7000가구, 이웃들이 멘토가 되어 다시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응원했다. 자신을 재촉하지 않고 공감해주는 멘토에게 나비남들은 마음을 열었다. 도움을 거부하던 이들은 심리상담, 건강검진, 요리교실, 이발 목욕 쿠폰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회복해나갔다. 직접 키운 텃밭 채소로 김장을 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자활에 대한 의지도 키워갔다. 최근에는 지역일자리 사업을 통해 구직에 나서거나 화재 피해를 입은 이웃의 집수리에 참여하는 등 복지의 수혜자(授惠者)로 성장하고 있다. 복지의 선순환이 이뤄진 셈이다.

가장 큰 성과는 독거남들이 홀로서기와 더불어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나비남 영화제는 독거남들의 꿈과 희망의 결정체다. 기금은 구가 마련했다. 사회적기업 명랑캠페인은 기획을, 트루팍 프로덕션의 박철우·방윤철씨와 감성붓다의 유동흔씨가 멘토로 나서 영화 제작을 도왔다. 독거남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길 주저하던 이들이 배우로 나서기까지 했다. 4개월 간 고군분투하며 ‘우리의 강스타’ ‘50스타트 산책’ ‘효심은 사랑의 질서’ ‘떠돌이 인생’ ‘철수 이야기’ ‘나는 나예요’ 등 6편의 단편영화가 탄생했다.

구는 영화제가 독거남의 자립에 전환점이 된다는 판단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영화제에 참여했던 나비남들은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어 사회적 관계를 회복, 자립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며 또 다른 취약계층과 나비남을 위한 조력자로서 활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님과 학창시절의 추억 등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면서, 위로와 희망을 받았다는 독거남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구는 나비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변윤재 기자 ksen@ksen.co.kr
관리자 기자 kjc816@k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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